ZTE 제트폰 유통, 단말기 자급제, 그리고 약정반환금 제도.

지난 11월 6일부터 중국 ZTE사의 제트폰(Z phone)이 국내에 정식으로 단말기 자급제 단말로 유통 시작하였다. 듣자 하니 2012년에 국내 처음으로 출시된 외산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1GHz 듀얼코어, 512MB 메모리, 2GB 내장 스토리지, 4인치 800x480px 등의 해상도로 성능은 그저그런 보급형 스마트폰이지만, 지마켓에서 선착순 100명 대상으로 19.9만원, 이후 23.9만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출고가 기준으로)에 유통되고 있어서 꽤 팔리는 모양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휴대폰 판매정책을 보면 상당히 기형적이다. 보조금 지급금액이 지나칠 정도로, 예를 들자면 출고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갤럭시S3이 할부원금이 불과 17만원에 풀릴 정도로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기에 휴대폰이 별로 비싸지 않은 것 처럼 느껴지기 때문. 다만 현재 통신사 판도는 점점 보조금을 줄이는 쪽, 아니 정확하게는 흔히 말하는 “폰테커”나 “먹튀 사용자”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즉, 흔히 말하는 “실사용자”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폰테크로 재미좀 본 사람들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번에 SKT가 도입한 약정할인금 반환제도(=위약금3)이 대표적이다. 약정기간 중간에 해지하면 누적 할인금액 전액 내지는 상당부분을 회수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가입용으로 단말기 자급제를 구매하는 것은 그리 적절한 선택은 아니다. 할부원금이 지극히 낮기 때문에, 2년 사용이 전제된다면 최신형 휴대폰을 매우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MVNO마저도 원 통신사에서 인기순위 3~4위쯤 되는 폰을 끌어다 할부원금을 낮춰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니까, MVNO+자급제 단말기 조합도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짜피 2년약정하고 쓰는건 똑같은데 24만원 일시불로 지급하고 성능구린 제트폰 사느니 할부원금 10만원에 옵티머스LTE2를 할부로 사 쓰는게 당연히 이익이니까.

그렇다면 자급제가 아무 의미도 없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위에서 설명한 케이스는 어디까지나 2년약정을 전제로 한다. 즉슨, 중간에 파손 또는 분실 등의 사유로 회선을 해지한다면, 단말기 할부금 외에 15만원에서 20만원을 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럴 때 자급제 단말이 한 몫 한다. 중고 휴대폰을 구하려면 30~4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데다 중고거래 특성상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데, 자급제 단말은 어느 수준의 퀄리티를 보장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니까 그냥 사서 유심만 끼워쓰면 되는 것.

물론, 현 시스템에서는 신규 회선을 파서 에이징 하고 위약금 내는게 자급제 단말 구매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다만 에이징이 불가한 케이스도 있고(번호이동 등), 약정을 2년 새로 맺는게 싫다거나 신규 파는게 어려운 경우(요즘 죄다 번호이동만 나와서…) 등등, 자급제 단말에 대한 수요가 아예 없을 것이라 보이지는 않는다. 장밋빛 미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지옥도 아니라는 이야기. 물론 가격 안정화나 단말 퀄리티 보장, 유통경로 다양화 등 자급제 단말이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러한 대안이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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