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n 망했다.

2012년도 저물어가는 12월 26일, 통신3사는 Rich Communication Suite 기반 커뮤니케이션 툴을 발표했다. 상업적인 명칭은 “조인(joyn)”.
이 “조인”이라는 명칭이 굉장히 애매한 표현이긴 하지만, 일단 GSMA에서도 열심히 밀고 있는 표현이니까 그냥 쓰도록 하자.

여튼 카카오톡 대항마라고 열심히 광고하고 있는 – 그리고 이게 가장 큰 실패 원인인 조인을 한 번 까 보자.
그렇다, 이 포스팅은 조인을 까기 위한 포스팅이다.

1. 설치

아직 개발중이고 적용 단말기가 점점 확대중이니, 단말기 호환성 관련 문제는 일단 뒤로 미뤄두도록 하자.
안드로이드가 구린거다 이건. 빌어먹을 fragmentation.

아, 아이폰은 아직 지원할 계획만 있다고 한다. 애플이 안한다고 하면 밑도끝도 없으니까, 공짜문자가 탐난다면 팀쿡에게 메일을 보내보자.

1-1. 같은 기기 + 다른 통신사 = 다른 어플.

RCS 특성상 휴대폰 번호가 곧 계정이 된다. 즉슨, 별도의 통합 서버를 두지 않고 통신사에서 알아서 계정을 관리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사용자가 RCS를 사용하는지 여부는 식별번호=전화번호만 알면 가능하다. 그 사람의 전화번호는 전세계에서 유일하니까.)

여튼 계정이 통신사에 종속적이기 때문에, 앱도 통신사에 맞추어 사용해야 한다.
똑같은 갤럭시 S3을 사용하더라도 SKT 사용자는 SKT용 앱을, KT 모델은 KT용 앱을 깔아야 한다.

그나마 앱 형태로 설치하게 되어 있는 지금이야 문제가 덜하지, 올 하반기부터 사전설치 앱으로 들어가게 되면 더욱 골치가 아파질 전망이다.
SKT와 KT는 상호 USIM기변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joyn은 통신사 종속이니 양쪽 앱을 다 깔아서 써야 한다는 이야기.

문자수신함 통합에 따른 혼란은 사용자가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기껏 유심기변 할 수 있도록 만든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
롬질로 프리로드 앱을 삭제할 수 있는 유저가 몇 명이나 되려나.

1-2. 설치하려면 통신사 앱스토어 설치가 반쯤 필수

현재 조인은 각 통신사의 자체 스토어, 그러니까 SKT는 T스토어, KT는 올레마켓을 통해서 배포중에 있다. 아마 LGT도 비슷한 상황일거다.
아직 iOS 플랫폼은 미지원이니까 제끼기로 하고, 안드로이드 플랫폼 대상으로 배포하는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등록이 안 되어 있다.
이 글을 수정하는 2013. 1. 22. 현재 SKT와 KT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서 조인 앱을 배포하고 있다. LGT는 검색에서 안 나온다.

SKT 링크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skt.rcs
KT 링크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kt.ncs

의외로 배포예정이 없다던 SKT는 자체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패키지를 업로드 하였다.
KT가 함정인데, “올레마켓 링크를 열어주는” 앱을 배포하고 있다. 즉슨 다운로드는 어짜피 자체 스토어 가서 해야 한다. 음… 통수.
뭐, 보이지도 않는 LGT보다는 그나마 낫지만 여하튼 한숨나오는 상황은 똑같다.

2. 가입

여튼 우여곡절 끝에 단말기와 통신사에 맞는 조인 앱을 설치했다고 하자.
가입 절차는 의외로 간단히 끝난다. 이용계약에 동의 체크하고, 닉네임 입력하면 끝.
통신사에서 회선 인증을 진행하므로, 카카오톡 처럼 SMS인증같은 번잡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2-1. 난데없는 과금동의 vs 과금폭탄 대비책?

다만, SKT 사용자 중 조인 프로모션 요금제가 아닌 사람은 고객센터 통화 후 과금 동의를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
(조인 프로모션 요금제 : LTE 요금제, 올인원 요금제, 맞춤형 요금제 34이상, 및 이에 대응하는 청소년/실버/장애인 요금제)

KT는 선불을 제외한 모든 요금제가 가입이 되는 모양. 데이터요금이 없어도 가입되면… 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데이터 플랜이 없을 때 1MB당 얼마씩 폭탄이 터지는지 이젠 기억도 안 난다.

3. 사용, 차별화 포인트?

음… 휴대폰에서 캡쳐하기 귀찮으니까 통신사 블로그에서 긁어왔다. 사실 1월중순에 KT 회선을 해지한 탓에 KT는 캡쳐도 못한다.

3-1. UI 차별화… 다른 점은 없고 더 복잡하기만 하다.

첫인상은 카톡하고 굉장히 유사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

주소록 목록에서 친구 선택하면 채팅방이 뜨고, 일상잡담을 입력하고 전송을 누르면 메시지가 전송된다.
이모티콘이나 사진, 동영상을 첨부해서 보내면 날아간다. 자, 카톡이나 라인, 마이피플과의 차별성을 보여줘.

웬걸, 통신사 별로 앱을 따로 개발하면서 UI도 제각각이 되었다. 사용자 혼란만 잔뜩 부추기는 셈.
SKT는 채팅창 목록이 메인이고 오른쪽으로 슬라이딩하면 측면메뉴가 뜨고, 여기에서 주소록을 들어가야 친구 목록이 뜬다.
KT는 주소록이 메인에 뜨고 (마치 아이폰인 것 마냥) 하단메뉴를 선택하면 화면이 전환되는 구조.
LGT? 몰라요. KT와 유사하다고는 하는데 펜대 굴리는 기자님 말씀으로는 여튼 또 다르댄다.

3-2. 기능상 차별화… 최대용량 큰 건 좋은데 의미가 없다.

자, UI 측면에서는 차별성이 없거나 더 구려졌다. 그럼 기능적인 면에서는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통신사에서 주장하는 “차별점”은 다음과 같다.

– 메시지 한 통에 10KB까지 전송이 된다.
>> 10KB = 한글 3300글자이며, 띄어쓰기 없이 A4용지 두 장을 꽉 채우면 대충 이 정도 된다.
>> 보통 모바일 메신저에서 보내고받는 메시지 길이는 길어야 수십에서 100여 글자 수준이다.

– 사진/동영상 전송이 100MB까지 지원한다.
>> 근데 데이터 과금한다. 와이파이 환경에서 공짜라고 하는데 이는 경쟁 서비스에도 적용된다.
>> 참고로 모바일 사이즈로 변경한 사진은 고작 수백 KB 안팎이며, 1MB도 안 된다.

3-3. SMS 통합 메시지함으로서의 기능, 그런데 반쪽짜리 SMS 연동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보이는 것은, 상대방이 조인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통합 메시지함으로 사용 가능이라는 점이겠다.
SKT 사용자들, 진정하세요. 그 통메 아니야. 상대방이 조인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화면에서 문자메시지 수발신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상대방에게는 메시지 길이나 첨부파일에 따라 SMS/MMS로 전송된다.

그런데 여기에 또 큰 함정이 존재한다. 조인과 휴대폰의 문자메시지함은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다.

우선, 조인 앱에서 발송한 문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함에 표시되지 않는다.
실은 문자를 발송하는 것도 아니고, 조인 채팅메시지를 서버로 쏴 주면 그걸 서버에서 변환해서 문자로 쏴 주는거다.
따라서 이게 일반 문자인지 아니면 조인으로 보낸 문자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데이터 차단시 조인 못 쓴다고 설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조인 설치 전에 주고받은 문자도 보여주지 않는다. 물론 조인에서 문자를 삭제하더라도 시스템 문자함에는 남아있다.
시스템 문자함에 접근하지도 않는다는 이야기. 단지 SMS 수신 이벤트를 감지하여 신규 메시지를 복사해 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에서는 가능하다.)

4. 과금

4-1. 조인은 과연 무료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하자면, 현재 조인은 일부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다… 현재는.
현 시점, 즉 무료 프로모션이 적용되는 기간동안은 3사 공히 다음과 같이 요금이 부과된다.

– 메시지 전송 : 3G / LTE / WiFi 가리지 않고 무료, 데이터 차감도 없음.
– 파일 전송(사진, 동영상) : 3G / LTE 사용시 사용하는 만큼 데이터 차감됨. WiFi 사용시 무료.
– 통화중 영상공유 : 3G / LTE 사용시 무료. 데이터 차감 없음. WiFi 사용시 이용불가.

참고로 카카오톡 등의 과금은 다음과 같다.

– 메시지 전송 : 3G / LTE 사용시 데이터 차감됨. WiFi 무료.
– 파일 전송 : 3G / LTE 사용시 사용하는 만큼 데이터 차감됨. WiFi 무료.
– 통화중 영상공유 : 기능 없음.

4-2. 언제까지 공짜임?

통신3사 공히 2013년 5월 31일까지 무료 프로모션으로 조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말인 즉슨, 6월 1일부터는 서비스 이용요금이 부과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SKT는 프로모션 기간에 가입한 경우, 6/1 이후에도 무료 서비스를 계속하겠다고 한 상태다.
물론 여기에도 조건이 있으니, 회선과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 즉, 휴대폰을 갈아타거나 하면 그대로 무료서비스 종료.

그나마 KT, LGT는 이런 이야기도 없다.

4-3. 유료화 하면 얼마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문자 쓰는거하고 요금이 “똑같다.” 절대 카톡보다 저렴한 요금이 나올 수 없는 과금 시스템이다.
현재 무료로 서비스되는게 다음처럼 바뀐다.

– 메시지 발송(조인 채팅메시지 / SMS / MMS 구분하지 않고) : 건당 20원, 3G /LTE / WiFi 데이터 차감 없음.
– 파일 전송(사진, 동영상) : 3G / LTE 사용시 사용하는 만큼 데이터 차감됨. WiFi 사용시 무료. (현재와 같음)
– 통화중 영상공유 : 3G / LTE 사용시 통화료에 1초당 0.6원 추가됨(ex. 음성 1.8원 -> 음성+영상공유 2..4원) 데이터 차감 없음. WiFi 이용불가.

그리고 최대 함정은 해외에 나갔을 때이다.
해외 로밍 상태에서 조인 메시지를 날리면 데이터 로밍으로 취급되어 엄청난 요금폭탄을 맞게 된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조인 메시지는 카카오톡처럼 서버를 경유하는 시스템이다. 문자메시지가 아니란 이야기.
따라서 해외에서 조인을 마음껏 사용하면 다음달 수십~수백만원이 찍혀 있는 고지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해외에 나갈 때에는 데이터 로밍을 해서 가던지, 아니면 그냥 순순히 휴대폰 데이터를 차단하는게 좋다.
물론 데이터 차단하면 조인도 사용 불가하다.

5. 결론

통신사 입장에서는 점점 줄어만 가는 문자 서비스 수익을 끌어올리려고 만들어낸게 조인이다. 기존의 SMS 서비스는 꼴랑 40~50글자만 전송 가능하고, MMS는 용량제한도 심하고 금액도 건당 300원 정도로 비싼 반면, 조인은 기존의 전송가능한 파일 크기도 매우 커지고, 상대방의 상태도 확인 가능하며 통화도중 영상공유도 가능하게 되는 등 SMS / MMS와 비교하여 두 세대쯤 발전한 기술을 제공한다. 물론 기존 기술과의 호환성도 (가라같지만) 유지하면서.

허나, SMS / MMS는 이미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IP기반 무료 메신저 서비스에 자리를 내 주었다. 카카오톡은 전세계적으로 7천만 명이 사용하고 있고, 네이버 라인은 일본시장 점유율 30%를 뛰어넘으며 1위 메신저로 자리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SMS / MMS 업그레이드 만으로 수익을 다시 끌어올리기는 극히 힘들 수밖에 없다. 비슷한 서비스를 카카오톡이, 라인이 공짜로 제공하는데, 그리고 주변 친구들 다 카톡쓰고 라인 쓰는데 누가 돈 내야 하고 친구도 사용 안 하는 조인을 쓰려 하겠는가?

결국, 조인만의 차별화 포인트, 즉 통신사 앱으로서의 선탑재와 통화중 영상공유 기능 등 몇 안되는 장점을 박박 긁어모아서 밀어붙이지 않는 이상 성공 가능성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전에 최우선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가 서비스 무료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선결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휴대폰 사자마자 카카오톡을 설치하게 된다.

조인 망했다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